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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World (Eric Chahi, 1991)



Another World (이하 AW)는 프랑스 게임 디자이너인 Eric Chahi의 대표작으로 1991년 Delphine Software를 통해 퍼블리싱된 아케이드/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사실상 AW는 디자이너인 Chahi의 원맨 프로젝트로 박스 커버에서 스토리, 그래픽까지 사운드를 제외한 게임상 모든 부분의 개발을 담당하였습니다. 퍼블리셔인 Delphine Software 역시 프랑스의 게임개발사로, 요즘 세대의 게이머들에게는 Motor Racer 시리즈와 액션 RPG인 Darkstone의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출신 덕분인지, AW는 북미의 게임과는 차별화 되는 감성을 전반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인 Chahi는 1989년 Delphine Software에서 개발한 명작 어드벤처 'Future Wars'의 그래픽 작업을 담당하였으며, 1991년 본작 AW를 통해 평론의 호평과 찬사를 받으며 게임 디자이너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Cinematic platformers의 원형인 'Prince of Perisa'




AW는 그 당시 게임계의 한 시류를 풍미하던 Cinematic platformers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본적으로 아케이드에 어드벤처 요소가 혼합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연속적인 프레임을 통해 캐릭터는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점프, 달리기, 벽에 매달리기와 같은 사실적인 액션을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고 간간히 주어지는 퍼즐들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페르시아의 왕자로 시작된 이 장르는 AW, Flashback의 연이은 성공을 통해 대중화 되었으며, 후에 Tomb Raider 시리즈와 같은 게임에 영향을 미치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역사에서 중요한 원류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 장르의 특성답게 AW 역시 처음 접할 때의 난이도가 살인적(?)입니다. 





AW에서 Chahi는 cinematic effect를 게임 내의 그래픽, 연출, 사운드 면에 있어서 다채롭게 사용하면서 1991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구성을 이루어냈습니다. 이러한 감각적인 '선구자'의 등장은 게임계에 큰 파동을 일으켰고, 게이머들의 반향을 이끌어내며 수많은 고정적인 팬층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연출해낸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이계에서의 모험이라는 설정은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어 현재도 당시 게임을 즐겼던 올드 게이머들의 기억 한켠에 분명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AW를 통해 그 후 몇년간 수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고 게중에는 '버뮤다 신드롬'과 같은 몇몇 성공작도 있었습니다. 필자가 본 리뷰에서 플레이한 것은 2006년에 새롭게 출시된 High Resolution Ver.으로 윈도우XP에서 완벽히 구동이 가능하며, 그래픽의 디테일한면에 있어서 상당한 발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리뉴얼 버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팬층에 기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본 게임의 주인공 Lester는 젊은 물리학자로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는 어느 날 밤에 자신의 지하 연구소에서 하나의 실험을 진행합니다. '91년' 당시로서는 상당히 미래적인 분위기가 나는 자신의 연구 시설에서 입자 가속기를 이용하여 실험을 시작하는 순간에, 자신의 집으로 번개가 내려치게 되고 이는 곧 전산상에 오류를 일으켜 사고가 일어나게 됩니다. Lester가 있던 자리가 통째로 다른 세계, 'Another World'로 텔레포트 되고만것입니다. 어딘지도 모를 낯선 행성에서 Lester는 곧 커다란 괴물과 마주치게 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발바닥이 닳도록 달리던 중에, 그 행성에 거주하는 외계인들과 부딪치게 됩니다. 외계인들 덕에 괴물에게서 벗어난 것도 잠시, Lester는 그들의 총에 맞아 의식을 잃게 됩니다. 눈을 떴을 때는 광산에 자리잡은 외계인들의 노동 수용소에서 공중에 매달린 창살에 갇혀 포로가 된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감옥안에는 무슨 신세인지 행성의 외계인 1명이 자신과 같은 창살에 갇혀 매달려 있습니다.



엔딩까지 Lester와 함께 하게 되는 alien buddy




Lester는 이해할 수 없는 행성의 말을 하는 이 외계인 '동료'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생존하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하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기만 합니다. 길을 찾는 과정에서 '동료'의 도움을 얻기도 하고, 그를 위해 몰려드는 외계인 경비병들을 해치워야 합니다. 지하 터널 속 미로를 헤매고, 경비병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Lester와 '동료'는 실제 게임상에서 상호 유기적인 플레이들을 이루어냅니다.



Lester를 던져주는 alien buddy




Chahi가 표현한 외계인들의 외면에는 약간의 동양과 이슬람 분위기가 혼재합니다. 외계인들의 머리스타일이 사무라이의 '촌마게'를 떠올리게 하고, 갓처럼 생긴 모자를 쓴 모습도 등장합니다. 또한 게임의 처음 기획상에서는 Lester가 외계인 문명의 새로운 리더가 되는 엔딩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개발과정에서 취소되었습니다만.




Hi-res ver. Intro




그래픽적인 면에 있어서 AW는 당대 최고 수준이라는 수식어 보다는 장인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Chahi 홀로 원화서부터 모든 작업을 마무리한 그래픽 표현은 게임계에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게임상의 모든 그래픽을 일종의 2D 다각형이라고 할 수 있는 벡터 그래픽으로 표현하였고, 이는 2D 이면서도 3D가 가지고 있는 공간감과 입체감을 효율적으로 이루어냈습니다. 플레이어가 앉아있는 모니터의 정면에서 게임 속 Lester를 향해 쏘아지는 레이저라든가, 다른 길로 탈출하고 있는 '동료'나 경비병들의 모습을 거리감각을 두고 입체적으로 표현한 모습들은 1991년의 시점으로는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물 속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Lester의 움직임도 매우 자연스럽게 프레임이 이어져 위화감이 들지 않습니다. 이는 다른 Cinematic platformers와 마찬가지로 Rotoscope기법 (사진이나 영화로 미리 찍어 이를 바탕으로 만화해가는 작화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몽환적인 느낌의 배경과 색감, 광원 효과들은 91년 당시의 시점으로 생각하면 매우 뛰어나며, 1명이 제작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찬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현재의 시점으로 보면 조악하고 단순해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새롭게 리뉴얼 된 Hi-res ver.에서는 더욱 깔끔해진 그래픽으로 AW를 즐길 수 있습니다. 1280x800 pixel로 제작되었으며, 더욱 섬세해진 표현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옵션 상에서 과거의 오리지날 320x200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게임상에서 이를 비교해 볼 수도 있습니다.



리뉴얼 버전에서는 도트가 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아케이드 게임이니만큼 인터페이스는 단순하다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선적이고 단순합니다. Lester가 하는 행동은 단순히 달리고 뛰고, 발로 차는 것이 전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극초반에서 레이저 총을 얻고 난 뒤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게임의 진행에 있어서 필수적이고, 전투의 난이도도 결정하게 됩니다. 필자는 초반에 옵션을 보지 않고 플레이 했다가 레이저 총의 활용을 몰라 무척이나 애를 먹었습니다. 액션 버튼을 얼마나 오래 누르고 있는 가에 따라 총은 3가지 모드로 발사 됩니다. 레이저, 보호벽, 충전포. 보호벽생성은 전투에 있어서 필수적이고 충전포는 주로 막힌 벽을 뚫는데 사용합니다.



득템! 이제부터 본 게임



buddy가 문을 열동안 보호막을 쳐서 엄호해주자



벽뚫고 퓨쳐!!



죽었을때 주어지는 코드를 입력하면 해당 레벨에서 재시작이 가능, 리뉴얼 버전에서는 클릭만으로 가능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Chahi가 디자인한대로 직선적인 구성만을 따라야 합니다. 타이밍을 적절하게 맞추지 못한다던가 조작에 있어서 조금의 실수라도 동반되면 Lester는 횡사해버리고 맙니다. 조금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 이러한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단 하나의 과정에서도 수십번 죽음을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 사실상 게이머는 AW를 플레이하면서 최소 십수번은 죽어야합니다. 플레이상에서의 오차와 실수를 통해 방법을 깨닫게 되고 정석을 알게 됩니다. 물론 공략없이는 매우 힘든 부분들도 존재합니다. 몇몇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는 부분도 있으나, 사실 대부분의 퍼즐(?)은 일종의 선택의 기로로 볼 수 있으며 실수를 범해 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투에 있어서는 매우 민첩한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처음에는 긴장의 연속이지만, 곧 '어쨌든 해보고 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므로 조금의 불편도 용납하지 못하는 요즘의 게이머들에게는 - 특히나 생면부지로 이 게임을 접한다면 - 부담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점프에 있어서 0.5c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꽥....(기분 정말 더럽다)



일단 터뜨려보고..



텨텨!!



아놔..XX, 하지마!! 성질 뻗쳐서...XX, 하지마!!



조금 머리를 굴려야할때도 있다



죽기전까지는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



게임 내내 꼭 이걸 하고 있는 듯한 느낌




AW의 가장 강점이자,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게임 내에 흐르는 '드라마' 일 것입니다. 영어대사 하나 없고, 오프닝을 제외하고는 게임내에 단한번 글자도 나오지 않지만 당시 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것은 도저히 1991년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출력과 이벤트들. 중간중간 나오는 영화와도 같은 컷씬들은 당대의 모든 게이머들을 압도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대화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만 alien buddy와 Lester 사이에 흐르는 묘한 우정. 그리고 강한 여운을 남기면서도 감동을 주는 엔딩. 순간 적절한 타이밍에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BGM. AW는 분명 시대를 앞서 나간 게임이었고 오랫동안 게임 역사에서 한면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고전 게이머들에게 추억으로 가슴에 남았고, 남을 것입니다.




게임의 후반부에 연출력은 극에 달한다








"It took six days to create the Earth. Another World took two years".


by Akbaa | 2009/01/14 10:41 | Review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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